자기충족적 예언, 뜨거운 손 현상(Hot hand phenomenon)

운동선수의 상승세와 슬럼프는 스포츠 기자들의 단골 소재이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프로 선수들은 그야말로 아무렇게나 휘둘러도 홈런을 치고 홀인원을 한다. 반면 그렇지 못한 선수들은 아무리 타법을 바꿔보고 연습을 강화해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스포츠 경기에 나타나는 뜨가운 손 현상

한 경기 내에서도 이런 현상이 발견되는데 농구 경기같이 한 게임에서 골이 많이 나는 경우 1쿼터에 부진했던 선수가 3쿼터가 되니 훨훨 나는 경우가 있고, 또는 그 반대도 있다. 운동선수는 물론 모든 스포츠 팬 역시 이런 컨디션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선발 선수를 기용할 때도 평소의 기량보다 최근의 컨디션에 더 중점을 두곤 한다.

이러한 현상을 ‘뜨거운 손 현상(Hot hand phenomenon)’이라고 한다. 농구 경기의 예를 들었을 때, 어떤 선수가 한 번 3점 슛에 성공하고, 몇 분 후 또 한 번 성공하면 그 선수는 물론이고 이를 지켜본 관중들은 마치 그 선수의 손에 마력이 붙은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동료들도 기회만 생기면 그 선수에게 공을 패스하고, 원거리에서 슛을 쏘아댄다.

코넬 대학의 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Thomas Gilovich)와 그 동료들은 ‘독립 시행(Independent trial)’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 반응을 조사해보기로 했다. 그들은 100명의 농구 팬들에게 한 선수가 방금 자유투에 성공했을 때와 실패했을 때, 다음번 자유투에 성공할 확률이 각각 얼마나 될 것 같은가를 물어보았다. 그런데 무려 91%의 팬들은 방금 전 자유투에 성공했다면 또다시 성공할 확률이 높을 것이라 답했다. 이들은 바로 전에 자유투에 성공했을 때 다음번 성공률을 평균 61%로 추정했고, 바로 전에 실패했을 때는 42%로 보았다. 또한 84%의 팬들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선수에게 볼을 패스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었다.

실제로 시카고 경영대학원의 존 호이징거(John Huizinga)가 49명의 최상위권 농구 선수들의 100만 번이 넘는 슛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들은 여전히 성공과 실패를 무작위로 반복하고 있을 뿐 뜨거운 손 현상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믿는 듯한 마력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뜨거운 손 현상은, 마력이 작용한 것이 아니라 그렇기 믿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자기충족적 예언과 관계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한두 번 성공을 거듭하게 되면 점점 더 자신감이 생겨서 더욱 과감한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의 신뢰가 높아짐에 따라 그만큼 기회도 늘어나기 때문에 같은 확률이라도 성공의 횟수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에 대한 자신감은 과감하다 못해 무모한 모험을 부르고, 결국은 갑작스러운 몰락으로 치닫게 한다. 

길로비치를 비롯한 많은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우리의 심리는 무작위 현상에 대한 왜곡된 기대 심리를 갖고 있다. 동전 던지기를 연이어 할 때, 한 번 동전의 앞면이 나오면 응답자의 평균 70%는 다음번에는 뒷면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물론 정답은 50%이지요. 앞서 앞면이 계속해서 나왔던 횟수가 증가하면 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은 이번에는 뒷면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심리를 일반적으로는 ‘평균의 법칙’이라고 한답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틀린 원리이지요. 따라서 도박사의 오류처럼 도박을 할 때는 다음번에는 앞과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 예상하고 돈을 걸지만, 스포츠 선수와 같은 경우에는 ‘예상을 깨고’ 성공을 거듭하게 되면 그 선수가 무언가 ‘감을 잡았다’라던가 ‘행운이 그의 곁에 있다’라는 식의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중계를 논리적 확률을 따져가며 재미없게 보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뜨거운 손’을 믿고 재미를 찾으면 그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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