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적 소비(Conceptual Consumption)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보다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가 지닌 추상적인 개념이나 가치를 소비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이는 단순히 제품의 물리적인 특성이나 실용성에 주목하는 것보다, 그 제품이나 서비스가 지닌 사회적, 문화적, 정서적, 미적인 면을 중시하는 소비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개념적 소비는 소비자들이 제품이나 브랜드가 가지는 이상적인 이미지, 문화적인 가치, 사회적 인식, 라이프스타일과의 연결 등을 중요시하여 제품 선택을 결정하는 경향을 가리킨다. 이는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의 실용성보다 소비자가 그것과 연결되는 아이덴티티를 형성하거나 더 나은 사회적 지위를 추구하는 데에 초점을 두는 것을 의미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아낫 키난(Anat Keinan)이 시행한 연구에서, 피험자들은 날씨 좋은 플로리다의 특급호텔과 캐나다 퀘벡에 있는 얼음집 호텔 둘 중 어디에서 휴가를 보내겠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대부분 얼음집 호텔에서 보내겠다고 대답했다. 이 얼음집 호텔에서 머무르려면 털모자를 쓰고 방한복을 입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왜 사서 고생을 하는지 의아해지지만, 사람들은 단순한 쾌락이나 감각의 만족보다 특별한 경험을 더 선호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개념적 소비의 중심 개념이다.
개념적 소비는 생각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퍼져 있습니다. 한때 배낭여행이 유행처럼 번졌고, 인도나 티베트 혹은 산티아고의 순례 길을 답사하는 것이 젊은 낭만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한 번도 쓰지 않을 기능들로 꽉 차 있는 고가 카메라를 구입하기도 하고, 〈아바타〉 외에는 특별히 볼 만한 영상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싼 돈을 주고 3D TV를 샀던 경험이 있다. 채식주의 열풍은 어떻고, 유기농 야채에 대한 맹신은 또 어떤가? 상품 자체의 가치보다는 그 상품이 상징하는 ‘개념’에 매여 소비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 우리의 천성인 것 같다.
사람들은 럭셔리 브랜드를 구매하거나 특정 제품을 소유함으로써 소비자는 그 브랜드의 소속감, 고급스러움, 유니크함 등의 개념적 가치를 누리고자 한다. 또한 일부 소비자들은 환경 친화적인 제품이나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선호함으로써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표현하고자 한다.
이러한 개념적 소비는 자아상(self image)의 유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느냐에 무척이나 관심을 기울이며, 심지어는 타인의 눈에 비치는 모습이 자아를 정의하기도 한다. 명품 가방을 들지 않고는 동네 슈퍼마켓도 가지 못할 정도로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다. 그러나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 것만이 원인의 전부라면 그것은 과시욕일 뿐 진정한 개념적 소비라고 부르긴 어렵다. 혼자서 순례 길에 오르고, 어려운 철학 강좌를 들으며, 콘서트장에 가서 음악에 몸을 맡기는 것은 누구에게 과시하려는 일은 아니니깐 말이다.
개념적 소비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소유하는 것을 넘어서 소비한 것에 대한 경험과 이야기를 공유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에도 영향을 준다. 이런 점에서 소비는 단순한 경제 활동을 넘어 소비자의 정체성과 사회적 위치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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