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자살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한국인의 2009년 자살 비율은 인구 10만 명당 31명이었다. 그 수치는 1999년도의 자살 비율인 인구 10만 명당 15명에 비해 거의 두 배의 수치에 해당된다. 이러한 추세는 OECD의 자료 확인이 가능한 33개 주요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른 증가 속도이다.
-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 김종오, 한국범죄심리학회, 2010 참고
이와 같은 분위기와 관련하여 자신의 생명을 허무하게 마감하는 경향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자신들의 삶에 더 이상 의미를 못 느끼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한국인들이 갈수록 크게 늘고 있는데 최근 유명 정․재계인 및 연예인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우리나라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통계가 발표되었다. 실제로 한국의 자살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9년 통계에 의하면 인구 10만 명당 31명이 자살해 OECD 국가(평균 11.2명) 중 1위에 올라 있다. 2009년 자살자수는 15,413명으로 2008년보다 2,555명 증가하였고, 이는 하루 평균 42명, 35분에 1명씩 목숨을 끊는 것이다. 베르테르 효과는 자신이 모델로 삼거나 존경하던 인물 또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유사한 방식으로 잇따라 자살이 일어나는 현상을 일컫는 것이며 ‘동조자살(copycat suicide)’ 또는 ‘모방자살’이라고도 한다. 검찰에서 2005년 영화배우 이은주의 자살 사건 이후 2.5배나 늘어난 자살을 ‘베르테르 효과’로 설명했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출간되었을 때 이 책을 읽은 다수의 청년 독자들이 주인공인 베르테르의 죽음을 따라 자살을 했던 것에서 용어가 비롯되었다. 해당 용어는 1974년 《American Sociological Review》에 게재된 데이비드 필립스(David Philips)의 《THE INFLUENCE OF SUGGESTION ON SUICIDE: SUBSTANTIVE AND THEORETICAL IMPLICATIONS OF THE WERTHER EFFECT》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20세기 중반 이후 대중매체의 발전에 따른 정보의 전파 속도 및 접근성의 증가는 모방 자살이 늘어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대중문화의 주인공인 배우, 가수(아이돌), 인플루언서와 같이 인기나 영향력이 있는 유명인을 추종하는 문화가 등장하면서 다수의 일반인이 그들의 죽음에 관한 소식에 노출되고 동조하기 쉬운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며, 이 때문에 엘리브 프레슬리, 마이클 잭슨, 장국영 등 세계적인 스타들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팬들이 뒤따라 자살한 선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8년 국민 텔런트라고 할 수 있었던 당대의 최고 인기 배우 최진실의 자살, 2010년대 악플 등으로 인한 우울증으로 아이돌 종현, 설리, 구하라가 자살하면서 여러 차례 사회적 이유가 된 바 있다. 또 중장년 이상의 경우 유명정치인의 자살로 인해 베르테르 효과가 발현되기도 한다. 노무현, 노회찬, 박원순 등이 각각 자살한 후에 시민들이 이들을 따라 각각 자살하고, 정두언이 자살한 후에 시민들이 그를 따라 자살하는 일이 일어난 게 대표적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도 유명인의 자살 후엔 자살 기도자 및 실행자가 늘어난다는 구체적인 통계가 많이 보고되어 있다. 게다가 자살한 장소까지 언론에 나오면 그곳은 일종의 자살 명소가 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유명인의 사망이 사람들의 자살을 부른 직접적 원인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한다. 원래부터 자살 소인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유명인의 죽음이나 자살 소식을 접한 것을 계기로, 즉 자신이 가지고 있던 괴로움과 울분 등이 터져 나와 자살에 대한 소망을 마음속에서 구체화해 실행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 오늘날 베르테르 효과라고 하는 것은 대개 그런 경우까지 지칭해서 폭넓게 부른다.
자살을 터부시 하는 상황에서 유명인의 자살 방법은 자살 희망자들에게 주요한 참고 수단이 된다. 또한 '유명인도 자살하는데 나도...' 같은 심리로 주변인에 대한 죄책감이 옅어질 수 있다. 사실 깊게 파고들면 생활고, 가정 불화나 학업/취업 스트레스, 인간관계 등 주된 자살 소인이 보이는데도, 사회 통념상 남겨진 주변 사람들을 위해 적당히 덮어버리고 자살자가 평소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몰두했던 연예인의 죽음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도 많다.
많은 임상심리사들은 베르테르 효과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은폐 집단들을 지적한다. 기자들의 통제되지 않은 보도 행태가 제2, 제3의 자살자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 그와 반대되는 예로는 커트 코베인 자살 이후 미국의 MTV 방송에서 취했던 대처가 있다. 이 방송사와 몇몇 다른 방송사들은 코베인이 자살한 저녁,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보도하면서 "자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자살 예방 센터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임상심리사의 면담을 프로그램에 포함하고, 자살을 원하는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의 문의에 상담해 주는 전화 서비스를 운영했다. 그 결과 이들 방송국이 서비스하던 지역에서는 베르테르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에서는 2018년에는 언론인들의 의견을 수렴한 자살 보도 권고 기준을 공개했다. 자살 보도 권고 기준에는 강제력이 없지만,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는 유명인의 자살 보도가 조금 과하다 싶을 때마다 각 언론사에 자살 보도 권고 기준을 따라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언론은 연예인의 자살을 대중들에게 보도함에 있어 책임감 있는 보도 윤리의 태도를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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