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직업군을 망라해 놓은 직업백과를 검색해 보면 다음과 같이 '프로파일러'란 직업을 소개하고 있다. 프로파일러는 일반적인 수사기법으로는 풀기 힘든 강력사건에 투입되어 자료와 증거를 토대로 범죄자 타입을 유추함으로써 용의자의 범위를 축소하고 수사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사람이다. 이들은 사건 현장에 출동해 범행준비부터 범행수법, 시신처리방법 등 범죄의 과정을 과학적으로 재구성하여 범행동기와 용의자의 특징 등을 분석한다. 또한, 축적된 자료와 수집한 증거를 바탕으로 용의자의 성격, 행동유형을 분석하고, 도주경로나 은신처 등을 추정하여 수사진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용의자의 범위를 좁혀 수사가 쉽게 진행되도록 돕거나, 수사 가치가 있는 목격자와 진술을 가려내기도 하며 피의자가 검거된 후에는 심리적 약점을 공략해 자백을 유도하고, 여죄를 밝히는 심문에도 참여한다. 또 향후 유사범죄가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하여 범행동기나 범행장소, 범행수법, 범인의 성장배경 등 관련 자료를 축적해 두는 일도 이들의 역할이다.. 업무 강도는 무척 센 편이며 근무시간이 길뿐만 아니라 범죄자가 언제 사건을 일으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항상 긴장을 늦춰서도 안 된다. 끔찍한 범죄현장을 감식하는 일도 쉽지 않기에 신체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인 강인함이 요구된다.
국내에 처음 프로파일러가 소개된 것은 1991년 조디 포스터, 안소니 홉킨스 주연의 영화 〈양들의 침묵〉라고 볼 수 있다. 연쇄 살인범 한니발 렉터(안소니 홉킨스 분)를 쫓는 스털링 (조디 포스터 분)은 그를 잡기 위해 심도 높은 심리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1999년 비로소 한국에도 첫 번째 프로파일러가 탄생하게 된다. 국내에 프로파일러 열풍을 몰고 온 것은 강호순과 같은 흉악범이 검거되는데 이들의 역할이 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이다. 이들은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철저히 분석하여 용의자의 버릇이나 행동 패턴, 나아가 성격적 특성이나 나이, 용모 등까지 추론해냄으로써 실제로 범인 검거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과거의 사건 수사는 주로 범죄의 동기를 찾아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피해자와 주변 인물과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탐문 조사한 후 가장 유력한 동기를 가진 자가 용의자로 지목하여 수사가 진행되는데 현대에는 범죄의 동기가 애매모호한 범죄가 늘어나면서, 이러한 수사 기법으로 한계에 부딪힌 경찰은 ‘사건’ 대신 ‘범죄자’를 추적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사기관에서 수사가 개시되고 처분이 내려지기 전까지 ‘미제사건’으로 구분하는데 공소시효가 지나면 '영구 미제사건'이라고 지칭한다. 해결되지 않는 의문의 사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추적의 근간이 되는 것이 바로 심리학이다. ‘범죄자’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병적 심리가 있으며, 일반인과 다르다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언제든 살인마로 변할 수 있는 병적 심리를 지닌 악마들이 우리 속에 숨어 있으며, 프로파일러들의 임무는 이런 살인마를 불특정 다수 속에서 골라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순결하고 저들은 범죄자이다라는 이분법적인 이 이론은 인종 차별, 성 차별적 시각이라는 비판에 부딪혀 사라지고, 사회적 모순과 예외적 상황이 어떻게 평범한 사람을 범죄자로 몰고 가는지에 대한 연구가 다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런 예외적 상황과 상관없이 '묻지 마 살인'은 우리나라에서 점차 나타나기 시작했다.
탈무드의 유명한 명언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표현이 있다. 범죄가 아닌 범죄자의 심리를 추적하는 프로파일러의 세계는 어쩌면 편견과 차별이라는 벽에 부딪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비정상적인 사건들이 발생하고 사건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시점에서 이들의 고도의 심리적 통찰력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이들의 관심을 반영한 듯, 프로파일러의 세계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어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다. 보이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시그널, 크리미널 마인드 등 영화를 보면 이들의 역할이 우리 사회에서 필요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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