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테스트는 특정한 제품이나 서비스 등의 품질 등을 공정하고 정확하게 테스트하기 위해 눈을 가린 상태에서 순위를 선정하는 시험 방법이라고 흔히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과학 분야 실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과학적 지식은 어쩌며 모두 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기본으로 형성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과학 실험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실험자나 피실험자가 자신의 알고 있는 지식의 영향으로 결과에 편향을 주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은 실험은 주관적 해석이 들어가기 쉬우며, 사이비 과학으로 빠지거나, 심지어 자신의 편향된 해석을 과학의 이름으로 과학에 무지한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매우 잘못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현대에서는 소비심리학, 경제학 쪽에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서 맥주, 커피, 와인, 담배 등의 제품의 등의 제품의 선호도 등을 소비자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게 측정하기 위해 사용한다 미각에 의존하는 테스트를 한정하여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범위를 좁힐 수 있다. 최근 와인, 막걸리 등 라벨을 가린 상태에서 시음하고 평가하는 테스트를 하여 마케팅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시음할 와인들의 이름은 안 상태에서 제공되는 순서만 모르게 하는 것과, 시음할 와인들의 이름, 순서 모두 모른 채 진행되는 테스트가 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마케팅에 잘 활용한 예로 '펩시콜라'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코카콜라에 대한 충성심이 워낙 강해서 펩시는 좀처럼 점유율을 높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펩시 챌린지'란 이름으로 열렸던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테이스팅 전 코카콜라와 펩시 중 어떤 콜라를 더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코카콜라라고 대답했다.
행사 진행 요원은 상표가 가려진 컵에 두 가지 콜라를 따르고 참가자에게 마셔보게 한 후, 어느 쪽이 더 맛있느냐고 묻는다. 참가자가 하나를 고른 순간, 진행 요원은 상표를 가리고 있던 종이를 벗겨내고 어리둥절해하는 참가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선택한 콜라는 바로 펩시입니다."라고 외친다.
펩시와 코카콜라 사이의 마케팅 전쟁은 19세기말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한 번도 점유율을 코카콜라만큼 끌어올리지 못했던 팹시콜라는 1975년부터 시작한 이 행사를 통해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고, 그 이후 펩시를 새로운 세대의 콜라로 각인시키는 마케팅을 진행한다. 펩시 챌린지 행사는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실은 고도의 심리 전략을 구사한 작전이었다고 볼 수 있다.
펩시가 확신했던 것은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에서는 사람들이 두 콜라의 맛을 구분하지 못할 터이니, 펩시와 코카콜라를 선택할 확률은 반반일 것이라는 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행사를 진행하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코카콜라를 좋아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눈을 가리면 펩시를 선택할 터였다. 게다가 이를 선전하는 프로파간다 역시 펩시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였다. 코카콜라를 좋아하는 것은 대 브랜드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에서 비롯된 것이니, 이제는 자신의 미각을 믿고 순수한고 독자적인 선택을 행하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 가치관을 그저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것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가치관을 세워나가는 새로운 시대의 선택이 바로 펩시라는 이미지 메아킹에 성공한 셈이었다.
펩시는 고객들에게 ‘맛이 좋은 것이 더 좋은 것이다’라는 미끼를 던진 셈이지만, 오래전부터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심리학자들에 의해 입증되었다. 어떤 과자를 콩으로 만들었다고 하면 아이들이 싫어한다고 하거나 아이들에게 우유와 과일을 맥도널드 봉투에서 꺼내주면 더 맛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콜라가 어느 것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브랜드가 찍힌 컵에 먹느냐가 중요하다고도 한다.
와인 테이스팅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얻어진다. 자칭 와인 전문가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동일한 와인을 두 가지 다른 라벨이 붙은 병에 넣어 맛을 보게 한다. 그 결과 과반수 이상이 최고급 와인이라는 라벨이 붙은 병에서 따른 와인이 더 맛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2004년에 베일러 대학의 신경생물학자인 새뮤얼 매클루어(Samuel McClure)와 그의 동료들은 상표를 보여주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콜라 맛을 보는 피험자의 뇌가 어떻게 활성화되는지를 보고하였다. 상표를 가린 상태에서 코카 혹은 펩시콜라를 주었을 때는 내측 안와전두피질(medial orbitofrontal cortex)의 보상회로가 활성화되는 반면, 상표명을 보여주었을 때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의 활성이 급격히 증가하였다. 전전두엽은 의식적이고 이성적인 판단과 연관이 있는 만큼, 상표를 보았을 때는 의식적 뇌가 콜라로부터 비롯된 쾌감 자체를 통제해 버린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 블라인드 테이스팅, 브랜드가 맛있다?., 정성훈, 2011 참고
이어지는 후속 연구들을 통해, 상표를 보게 되면 맛에 대한 의식적, 인지적 해석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 아예 받아들이는 자극의 질 자체가 달라진다는 게 알려졌다. 즉 맛은 콜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코카 아니면 펩시라는 상표에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펩시는 자신 있게 사운을 걸고 펩시 챌린지 행사를 벌여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나의 미각이나 후각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제품은 결국 품질이 말해준다는 식으로 믿고 있지만, 사실은 브랜드에 따라, 상표에 따라, 혹은 포장 용기의 디자인에 따라 우리의 뇌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펩시 챌린지를 통해 브랜드의 통념으로부터 벗어나자고 외쳤던 펩시 회사는 결과적으로 이 행사를 통해 자사 브랜드의 영향력을 더 키우는 데 성공했다. 그들이 외쳤던 구호와는 정반대의 효과, 즉 회사가 실제로 원했던 결과를 얻어낸 것이었다..
우린 특정 브랜드의 상품을 구입하며 내가 이 상품을 고른 이유는 오로지 품질 때문이야 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을 기만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품질보다는 그 브랜드의 이미지가 나에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당당한 모습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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